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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제와 민주제, 그리고 경제발전

저자 : 멘서 올슨
역자 : 이성규
발행일 : 2019-10-18
ISBN-13 : 979-11-87897-75-0
판형 : 신국판
페이지수 : 108 쪽
판매가 : 13,000 원

역자 서문

 

 

 

저명한 경제학자인 고() 멘서 올슨(Mancur Olson)1993년 미 정치학리뷰지(APSR)독재제, 민주제 그리고 경제발전라는 제목으로 놀라운 혜안들이 들어 있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올슨의 이 논문은 나중에 그의 유고작이자 생애 마지막 명저인 정치권력과 경제번영(Power and Prosperity)(2000)의 초석이 되었다.

 

이 논문은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독재제(dictatorship)와 민주제(democracy)로 대분되는 정치권력’(political power)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 올슨의 본질적 질문은 왜 민주제(democracy) 또는 민주적 정부(democratic government)가 수립되는가?’에 있다. 올슨의 유명한 비유에 따르면 백성들은 방랑산적들(roving bandits)보다 정주산적들(stationary bandits)을 더 좋아한다. 방랑산적들은 때때로 백성들을 약탈해서 그들이 생산한 모든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강탈하거나 도둑질해간다. 그러나 방랑산적들이 정착해서 어느 한 점령지역에서 도둑질을 독점하고 백성들을 보호해준다면 점령지역에서의 무정부 상태(anarchy)가 사라지고 다른 방랑산적들로부터의 위협도 없어질 것이다. 올슨은 이를 보이지 않는 손의 첫 번째 축복”(the first blessing of the invisible hand)이라고 불렀다. ‘보이지 않는 손의 첫 번째 축복이란 어떤 방랑산적이 점령지역에 정착해서 자신을 그 지역의 지배자로 칭하며 무정부(無政府)를 정부(government)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백성들은 주로 정주산적들을 더 좋아한다. 왜 그런가? 백성들은 정주산적들에 의한 도둑질(강탈행위)이 백성들로부터 재산을 강탈해가지만 방랑산적들보다 항상 더 적은 양을 빼앗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주산적들은 백성들이 먹고살며 생산에 쓸 만큼의 재산을 남겨두지만, 방랑산적들은 때때로 나타나 백성들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그러면 정주산적들은 백성들로부터 얼마를 빼앗아가는가? 정주산적들은 백성들로부터 가능한 한 최대의 세금을 징수해갈 것이다. 물론 독재자(전제군주)와 백성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세율 수준이 있을 것이다. 독재자의 세수(稅收)를 극대화하는 세율을 초과한다면 독재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강탈에 의해 징수한 세금의 일부를 백성들을 위한 공공재 지출에 사용한다면 독재자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다. 이는 정주산적(독재자)이 점령지역에 포괄적인 이해관계’(encompassing interest)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에 의한 현명한 공공재 지출은 국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며, 그 결과 독재자의 세금 징수도 증가한다.

다음으로 민주제(democracy)의 경우는 어떤가? 국민들은 정주산적이나 독재제(독재정치)보다 민주제(민주정치)를 더 선호할 것이다. 왜 그런가? 민주적 정부와 국민들은 국민들에 대한 세금 인하로부터 모두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슨에 따르면 민주제에서의 최적 세율은 전제군주제(독재제)에서의 최적 세율보다 더 낮을 것이다. 이는 민주제에서 대표자들은 전제군주(독재자)보다 그 사회에 더 포괄적인 이해관계’(more encompassing interest)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전제군주(독재자)는 백성들로부터 지대를 빼앗아오는 데 주된 관심이 있지만, 민주제 또는 민주적 정부는 국민들의 시장소득 증가나 시장 확장에 관심이 있다.

개인의 권리들은 민주제 하에서 가장 잘 보호된다. 올슨은 정부 없이는 사유 재산도 없다라고까지 말했다. 민주제는 사유 재산을 보호하고 장기 거래와 계약을 보호하는 각종 제도들을 가장 잘 마련해준다. 그러나 영속적 민주제’(lasting democracy)가 잘 실행되고 존속되려면 개인의 권리, 재산권과 계약권, 법의 지배, 독립 사법권 등이 확고하게 보장되어야만 한다. 왕이나 군주가 장수해야 이러한 권리들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왕이나 군주가 일찍 서거하면 커다란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 ‘안정적인 민주제만이 그러한 권리들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준다. 올슨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최고의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오랫동안 높은 경제 성과를 누려온 국가들이 모두 안정적인 민주제 국가들’(stable democracies)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논문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여러 유익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올슨은 역사를 통해 백성들이 방랑산적들의 약탈 하에서 사는 것보다 정주산적들이나 전제군주들 하에서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상 방랑산적에서 정주산적이나 전제정치로 나아가는 것이 문명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수수께끼이다. 전제군주들과 방랑산적들은 백성들로부터 재산을 최대한 빼앗아오려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럼에도 왜 전제군주의 강탈이 방랑산적의 강탈보다 더 나은가? 올슨에 따르면 전제군주는 자신이 약탈하는 지역에 포괄적 이해관계”(encompassing interest)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제군주는 자신의 지배지역이 번창한다면 세금으로 더 많이 빼앗아올 수 있다. 방랑산적은 점령지역을 파괴하고 이동하지만, 정주산적은 성장을 촉진시켜 나중에 더 많은 것을 빼앗아오기 위하여 단기적으로 세금을 낮게 부과한다. 더구나 정주산적이나 전제군주(독재자)는 백성들에게 성장을 촉진시키는 공공재들을 공급함으로써 나중에 더 많은 세금을 강탈해온다. 이는 이미 언급했듯이 정주산적이나 전제군주가 점령지역에 포괄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제(독재)정치(autocracy)는 대개 무정부(anarchy)보다 백성들에게 훨씬 더 낫다. 민주제의 경우는 어떤가? 민주적 정부들이 오로지 다수(majority)의 이익을 위하여 지배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시 말하면, 민주적 정부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소수의 사람들을 착취한다고 가정해 보자. 민주제는 순전히 경제적 의미에서 여전히 전제군주제에 비해 커다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약탈적 민주제’(predatory democracy) 하에서도 민주적 정부는 전제정치보다 더 큰 포괄적 이해관계”(greater encompassing interest)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런가? 민주제 하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일정 비율의 세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은 소득 증가로부터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공급해주는 공공재들로부터도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적 정부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더 큰 포괄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민주적 다수의 수가 더 커질수록 포괄적 이해관계의 크기도 더 커진다. 심지어 견제와 균형과 함께 압도적 다수’(supermajority)를 요구하는 헌법은 소위 슈퍼 포괄적 이해관계”(super-encompassing interest)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결과 민주적 정부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성장을 저해하는 세금 징수를 더 적게 하며,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성장을 촉진시키는 공공재를 더 많이 공급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민주제가 부유한 국가들에서만 출현하는 하나의 사치재라는 생각을 단숨에 뒤엎을 수 있다. 올슨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정치권력의 분산과 대의(代議) 민주제의 출현이 종종 더 빠른 경제성장을 유발해왔다. 역사적으로 경제번영이 민주주의에 이바지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올슨에 의하면 동유럽에서의 경우처럼 민주주의가 경제번영에 이바지한 것도 사실이다.

본 논문의 번역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우선 원문을 철저히 번역하였으며, 다음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 해설], [역주], <주요 키워드>, 본문의 주요 내용과 관련한 <참고 자료>, <찾아보기> 등을 추가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기꺼이 내어주신 율곡출판사 박기남 사장님과 박정헌 이사님, 책 표지를 화려하게 디자인해주신 방조일 주간님, 그리고 편집에 심혈을 기울여주신 차은지 대리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의 출판보국(出版報國)의 열정이 급변하는 출판 환경에도 언제나 식지 않기를 염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2019103

18호 태풍 미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역동서원(易東書院)이 있는 송천 우거에서

이성규 씀

I. 서론 : 독재제와 민주제, 그리고 경제발전에 대한 새로운 이론의 필요성      

II. ‘보이지 않는 손의 첫 번째 축복 : 산적질의 합리성      

III. ‘최대한 빼앗아오는 손’      

IV. 독재제와 민주제의 포괄성 비교       

V. 왕이여 오래 사소서 : 전제군주의 장기적 시야       

VI. 민주제, 개인의 권리 그리고 경제발전      

VII. 전제군주제에서 민주제로의 변천 : 일어나기 어려운 이행      

VIII. 전제정치제와 민주정치제에서의 상이한 진보(발전)의 원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