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economy란 용어의 어원語源은 ‘econom’이라는 그리스(희랍)어였다. 여기서 ‘eco’는 가정house이고 ‘nom’은 규칙law을 의미했다. 그것이 ‘oikonomike’로 발전했고, 그것은 가정관리household management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런 전통이 18세기 후반 아담 스미스Adam Smith(1763)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불어佛語인 ‘economie’는 라틴어인 관리와 ‘politique’를 합해 ‘public administration’ 또는 ‘management of the affairs of the state’를 의미하게 되었다.
19세기에 와서 영국에서는 정치경제political economy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의 의미는 다양했다. 제임스 밀James Mill(1821)과 매컬러McCulloch(1825)는 재화의 생산, 분배, 소비, 그리고 교환을 의미한다고 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학economics을 지적했고, 시니어Senior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1831-3)은 정치경제는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재화의 생산, 분배, 소비, 교환 등이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관한 실증적 분석과 동시에 그것이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에 관한 평가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에 의해 정치경제의 의미에는 좀더 광범위한 해석이 추가되었다. 이들은 정치경제를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해부anatomy라 하고, 그것은 현대 부르조아 사회bourgeois society의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 전체에서 발생하는 이윤 또는 잉여surplus의 분배를 더 중요시했다. 이상이 The New Palgrave, A Dictionary of Economics의 정치경제에 대한 설명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20세기에 와서는 정치경제는 경제학과 동의어로 사용되게 되었다. 정치경제는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해야만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최대한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관한 학문으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은 시장에서 재화의 생산, 소비, 분배 및 교환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 신고전이론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러나 각종 시장실패가 있음도 20세기에 와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따라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의 정치경제는 시장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이 혼합되어 경제문제들을 해결하는 소위 혼합경제Mixed Economy를 의미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경제학 원론에서는 주로 시장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데 비해 이 책에서는 시장의 역할과 동시에 정부의 역할도 중요시하게 다루었다.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 각 장 말미에 시사성이 있는 현실문제들에 관한 언론보도를 부록으로 첨부해 시장의 역할에 대한 이론과 동시에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역할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방대한 경제학 이론을 압축해 정책적 쟁점이 되는 요점만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지엽적인 문제들까지 다루려면 너무 방대해 중요한 정책이슈를 등한히 해 현실문제에 대한 쟁점들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핵심적인 이론만을 다루고 정책적 쟁점들에 관한 이슈들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래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한 판단과 상식을 넓혀 민주시민으로서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려 노력했다. 어려운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가능한 한 쉽게 이해되도록 한 것도 인정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대학 1~2학년의 입문서로서 한 학기 강의교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비전공자들에 대한 경제학의 개론으로 또는 일반 시민들의 경제학에 관한 상식을 넓히는 입문서로 사용되기를 저자는 희망한다.
이 책이 쓰여지는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원고정리와 아이디어를 계속 전해 준 김석일 박사와 자료수집에 도움을 준 이충기 교수와 한국은행 정천수 조사역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또 율곡출판사를 소개해 주신 서울대 정운찬 교수님께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책이 출판되도록 협조해 주신 율곡출판사의 박기남 사장님, 그리고 윤인용 상무님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도 감사하고 싶다.

2006년 12월
사당동 서재에서 이학용

01 시장경제란?
모든 자원의 사유권 / 분산된 의사결정 / 시장의 역할 / 정부의 역할 / 시장경제

02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소비량, 생산량의 결정
수요곡선의 형태와 성격 / 공급곡선의 형태와 성격
시장에서의 가격과 생산량․소비량의 결정시장경제의 장점 / 공산주의체제가 붕괴된 이유

03 시장경제의 문제점과 정책
경제체제의 평가기준 / 형평성에 있어서의 시장실패 / 효율성에 있어서의 시장실패

04 신자유주의 사상의 배경과 한계
신자유주의 사상의 역사적 배경 / 정부실패와 문제점 / 1980년대의 경제개혁
우리나라의 경험 및 실상 / 정치경제적 의미

05 시장경제와 소득분배
소득분배의 중요성 / 시장경제와 소득분배의 결정요인 / 생산요소의 가격결정
소득분배지표와 국제비교 / 소득분배 정책 / 소득분배의 정치경제

06 국민소득의 개념 : GNP, GDP, GNI
경제활동과 소득창출 / 각종 국민소득의 개념 : GNP, GDP, GNI, 1인당 GNI

07 국내총생산의 결정모형
국내총생산과 국내경기 / GDP의 결정과 균형GDP의 개념 / 수입이 허용된 GDP 결정모형


08 정부의 역할과 경기조절기능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정부의 역할 / 정부의 경기변동조절기능

09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역할
명목소득과 실질소득 / 인플레이션의 해악 / 인플레이션의 원인 / 인플레이션과 통화량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량 조정 / 금융정책과 정치경제

10 한국 경제와 무역의 필요성
무역은 왜 필요한가 / 한국의 무역과 경제성장의 과거실적
한국무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한국의 무역과 경제성장에 있어서의 정치경제

11 무역이론
자발적 국제무역이 일어나는 이유 / 비교우위이론 / 신무역이론 / 자유무역과 무역장벽
관세와 쿼타의 경제적 효과 / 해외 외주와 무역 / 무역과 정치경제

12 외환시장과 국제금융제도
외환시장과 환율결정 / 고정환율제도와 국제수지 / 국제금융제도 / 우리나라의 환율제도
외환시장과 정치경제

13 세계 경제 속의 한국 경제
세계 경제에서 한국 경제의 위치 / WTO와 한국 경제
WTO 체제 이후의 다자협상과 앞으로의 과제 / FTA의 정치경제 : 한․칠레 FTA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