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item

소리 없는 혁명 (증앙은행의 현대화) (원제 : The Quiet Revolution)

저자 : 앨런 블라인더
역자 : 정운찬
발행일 : 2009-10-16
ISBN-13 : 9788991830592
ISBN-10 : 8991830595
판형 : 153*217*20mm
페이지수 : 200 쪽
판매가 : 15,000 원

역사적 가정(historical if)은 무의미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나는 만약 블라인더 교수가 1996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FRS) 의장이 되었더라면 미국과 세계를 강타한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해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취임하자마자 블라인더 교수를 대통령 경제자문회의(Council of Economic Advisors)에 앉히더니 얼마 안 지나 다시 FRS의 부의장에 임명하였습니다. 당시 의장이던 그린스펀의 후임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던 클린턴은 월가에서 인기가 절정이던 그린스펀을 경질했다가는 재선이 안 될 것이 두려워 그린스펀을 연임시켰고 블라인더 교수는 프린스턴 대학으로 돌아갔습니다.
블라인더 교수는 누구나 인정하는 케인즈주의자인 동시에 엄격한 원칙주의자입니다. 월가에서 뼈가 굵은 시장주의자이자 유연성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인 그린스펀과는 다른 분입니다. 그래서 블라인더 교수가 의장이 되었더라면 지난 10여 년간의 지나친 탈규제나 금융감독의 느슨함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금융위기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공역자인 김홍범 교수와 나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2003년) 블라인더 교수의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1998년 간행)를 번역하였습니다. 번역판이 나오고 얼마 안 지난 2004년 블라인더 교수는 새 책 『소리 없는 혁명』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들은 곧 그것을 번역하고 싶었지만 둘 다 바빠서 이제야 번역판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지난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번역 작업의 대부분을 김홍범 교수가 맡았습니다. 내가 작년 가을학기에 프린스턴대 초빙교수로 있을 때 블라인더 교수는 『소리 없는 혁명』의 번역에 많은 관심을 표시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의 번역에 속도를 내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조금이나마 한 몫을 하게 된 것입니다. 나는 김 교수의 성실한 번역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는 블라인더 교수와 여러 번에 걸쳐 교신하면서 미심쩍은 부분을 선명하게 번역하였습니다. 김 교수는 『중앙은행의 진화』(C. 굿하트 著)와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 그리고 『소리 없는 혁명』을 번역하면서 중앙은행 이론가로서의 남다른 열정을 이 분야 명저(名著)의 번역에 쏟아왔습니다. 
이 책의 대주제는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와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입니다. 블라인더 교수는 세 가지 소주제―통화정책의 투명성, 통화정책 결정의 주체로서 개인 대 위원회, 그리고 중앙은행이 시장을 이끌어야 할 필요성―를 통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각각의 소주제가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1998년 간행된 원서)에서 이미 싹트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블라인더 교수는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다루면서 칼 브러너(Karl Brunner)의 불투명성에 관한 풍자를 소개하는 등 투명성을 이미 강조했었고, 중앙은행이 정치뿐만 아니라 시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위원회에 의한 의사결정을 이론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은 한마디로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의 속편(sequel)입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책도, 속편은 독자들을 실망시키기 쉽습니다. 더욱이 원래의 책이 명저일수록 그럴 위험이 큽니다. 독자들이 더 큰 기대로 속편을 대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통념을 보기 좋게 깨뜨립니다.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에서 관련 소주제를 다루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툭툭 제시했던 자신의 문제의식을 불과 수년 후 블라인더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설득력 있는 논리로 거침없이 풀어내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에서 보여준 블라인더 교수의 문제의식이 이후 중앙은행론의 급격하고 커다란 발전방향 및 경제현실과 정확히 일치하는 혜안(慧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중앙은행이 정치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하면서 최근에는 책임성의 가장 실용적 구성요소인 투명성이 중앙은행론에서 급격히 강조되어 왔습니다. 이 책의 제1장에서는 투명성의 정의부터 시작하여 정치적·경제적 필요성, 그리고 목표·분석방법·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차례로 다룹니다. 그리고 투명성의 강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고 블라인더 교수는 진단합니다. 
둘째, 통화정책위원회의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는 과거에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으나, 21세기 들어와서는 통화정책분야의 매우 유망한 연구분야로 확립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2장에서는 개인에 의한 의사결정보다 위원회에 의한 의사결정이 더 나은 이유를 분석하고, 위원회의 최적유형을 탐구합니다. 
셋째, 전 세계가 지난 2년 넘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 중인 오늘,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을 추종하면 안 된다는 블라인더 교수의 11년 전 선각자적 경고는 그야말로 혜안이라 표현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오늘 위기의 중대한 원인 중 하나가 그린스펀의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을 따르는 통화정책(즉 그린스펀 풋)을 오랜 동안 추구해온 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3장에서 블라인더 교수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서 독립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이자율의 기간구조(Term Structure of Interest Rates)와 유위험이자율평가(Uncovered Interest Rate Parity)를 통해 설명합니다. 제3장은 이 책에서 가장 기술적인(technical) 부분입니다. 하지만, 블라인더 교수가 그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을 얼마나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지 묘미(妙味)를 깊이 맛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당시 우리들이 그 역자서문에서 밝혔던 다음의 중요한 생각은 이 책에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수립 및 집행과 독립성 제고에도 깊은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관련 전공자와 실무가들에게 여러 가지 느낄 점을 제공할 것입니다. 정부 관료와 학생 그리고 일반인들도 일독을 통해 통화정책 및 중앙은행에 대한 이해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우리들은 기대합니다. 

끝으로, 번역이 진행된 지난 근 일 년 동안 여러 분들께서 귀중한 도움을 주셨습니다. 고동원 교수(성균관대)는 이 책 제1장의 ‘반증을 허용하는 법률상의 추정(rebuttable presumption)’과 같은 법률용어를 문맥 속에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유익한 조언을 주셨고, 안창모 교수(경상대)는 책의 전편에 걸쳐 여러 전문용어의 한글 번역에 대해 김 교수의 편안한 의논 상대가 기꺼이 되어 주셨습니다. 박광민 부국장(한국은행 조사국)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투명성에 관한 김 교수의 세부적 문의에 대해 유익한 관련 자료를 보내주셨습니다. 김보배(경상대 대학원과정)는 색인작업 일부를 도와주었습니다. 또한, 율곡출판사의 박기남 사장은 손익계산에 대한 고려 없이 이번에도 쾌히 번역본의 출판을 맡아 주셨고, 직원 여러분들도 편집과정에서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주셨습니다. 이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2009년 8월
역자를 대표하여 정운찬 씀

역자 서문 viii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 xiv
로버트 J. 쉴러의 권두언 xvii
감사의 글 xxvi

서론 1
제1장 거울을 통해 보기: 중앙은행의 투명성 7
제2장 한 개인에서 다수로: 위원회에 의한 중앙은행업 57
제3장 지휘자를 따르기: 중앙은행과 시장 107
결론 중앙은행업의 완전한 현대화 161

미주 165
참고문헌 177
찾아보기 187



그림 차례

그림 2.1 중앙은행에서의 독재 대 민주 61
그림 2.2 “민주적” 중앙은행일수록 그만큼 더 투명할까요? 75
그림 2.3 개인주의 중앙은행 대 합의제 중앙은행 92
그림 3.1 1년 이자율의 예측치 대 실제치 129
그림 3.2 3개월간 환율 변화율의 예측치 대 실제치 141
그림 3.3 10년간 환율 변화율의 예측치 대 실제치 142